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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또의 슬기로운 생활/경제

R의 공포, 경기 침체와 경기 침체 지표

by 지또_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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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경기 침체와 경기 침체 지표

 

감기에 걸리기 전엔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땐 배가 먼저 아픕니다. 

이처럼 어떤 상황이 오기 전에는 그 상황이 올 것이라 짐작할 만한 신호들이 먼저 있습니다. 

경제에도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신호가 있습니다 

 

 

 

 R의 공포, 경기 침체

 

요즘 경제 기사를 보면 'R의 공포'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R의 공포'란 리세션(Recession) 즉, 경기 침체가 올 것에 대한 공포를 뜻합니다. 

 

경기 침체란 무엇일까요? 

경기 침체란 경제가 소비, 생산, 고용, 투자 등 전반에 걸쳐

몇 개월 이상 경제활동이 지속적으로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뜻합니다. 

 

비교적 단기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왔지만

가장 최근 있었던 경기 침체인 2020년 초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며 감염 확산을 우려해 주요 국가와 도시들이 락다운을 했습니다. 

락다운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모두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 꼭꼭 숨어있었으니, 자연 소비가 줄어듭니다.

소비가 줄어들면 제품을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재고가 쌓이는걸 막기 위해 생산을 줄입니다.

생산을 줄이다 보니 인력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고용도 줄입니다. 

이 소비 감소가 얼마나 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불안한 상황에서는 무리수를 두지 않게 됩니다. 

투자도 줄입니다. 

고용이 줄고 기업의 투자도 적어지니 사람들의 소득은 줄어

다시 또 소비를 줄입니다. 

이렇게 소비, 생산, 고용,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경제 기사에서는 전문가마다 경기 침체가 왔다, 안왔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국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아직 경기 침체는 아니라고 하는 반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장관은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는 어떻게 판단할까?

 

미국의 경기 침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사이클 판정위원회'(Business Cycle Dating Committee)에서 판정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기 침체를 명확하게 판정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경기종합지수를 보고 판단합니다.

 

 

 

 

 NBER이 참고하는 경기 침체 지표

 

경기 침체를 미리 짐작할 신호, 즉 경기 침체 지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전미경제연구소(NBER)이 참고하는 지표는 크게 다섯 가지가있습니다. 

 

① 실질개인소득

② 비농업부문 고용자수

③ 실질개인소비지출(PCE)

④ 실질 제조 및 무역판매

⑤ 산업생산지수

 

 

 

① 실질개인소득 (Personal income less transfer)

미국 정부가 주는 이전소득을 제외한 실질적인 개인의 소득입니다. 

닷컴버블, 글로벌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때마다 이전에 비해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실질개인소득은 이전의 경기 침체처럼 하락하진 않고 있는 추세입니다. 

 

 

② 비농업부문 고용자수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란 농축산업을 제외한 산업의 전월 고용인구수 변화입니다. 

물가가 급등하고 있음에도 연준이 금리를 올리며 경기 침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 경기 침체때는 고용이 크게 줄며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하락하는데,

아직까지는 견조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전월 대비 37만2000명이 늘어나 시장 예상치였던 26만 5000명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 달에 4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③ 실질개인소비지출(PCE)

: 개인소비지출이란 가계 뿐 아니라 비영리기관까지 포함해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지불한 모든 비용 

즉, '개인'이 쓴 돈의 총액입니다. 

미국의 GDP 중 70%는 이 소비가 차지할 정도로,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아주 중요한 한 축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뿌려진 정부 지원금과 코로나 엔데믹 영향으로 현재 미국의 소비는 매우 팽창해 있는 상태입니다. 

6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1% 상승, 개인소비지출(PCE)는 8.6% 상승률을 기록해 

40년만에 최고점을 찍고 있습니다. 

 

 

④ 실질 제조 및 무역 판매

제조와 무역 산업군에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판매된 금액 입니다. 

경기 침체때마다 어김없이 급락했습니다. 

지금껏 살펴본 3개의 지표와는 다르게 실질 제조 및 무역 판매는 최근 감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 글로벌 물류 대란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제조 및 무역 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⑤ 산업생산지수

산업생산지수란 농업, 건설, 운수, 금융, 무역, 서비스업 등을 제외한 광공업 산업의 생산량으로부터 산출한 지수입니다. 광업,철강,기계,섬유,화학제품,식료,펄프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상품에 대한 종합 생산지수로 매월 작성됩니다. 

서비스 부문이 제외되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미국 산업이 호황인지 불황인지 동향을 알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산업생산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며 2020년 경기 침체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가, 

올해 들어서는 4월 이후로 상승이 주춤하고 횡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외에 경기 침체를 알리는 경기 침체 지표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참고하는 위 5가지 지표 외에도,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들이 있습니다. 

앞서 다른 포스팅에서도 다루었던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이나, GDP 성장률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의 경우 통상 2년물 국채금리가 10년물 국채금리보다 높아질 경우를 뜻합니다.

올해 들어서는 3월과 6월, 7월에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였으며,

7월에 발생한 금리 역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GDP는 지난 1분기 -1.6%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0.9%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입니다. 

분기 연속 GDP가 마이너스 성장일 경우 경기 침체라고 보는데, 이번 2분기 GDP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기술적인 경기 침체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었던 2022년 1~2분기 이후 처음 있는 입니다. 

 

이 외에도 경제 지표가 아닌 것으로 경기 침체를 판단할 수 있는 이른바 '길거리 지표'들이 있습니다. 경기 침체 때에는 소주가 잘 팔리고, 경기 호황일 때에는 맥주가 잘 팔리는 것,불황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경기 침체 때에는 캔디, 초콜릿 같은 달콤한 음식이 잘 팔리는 것,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들어 가정의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 등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경기 침체가 올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미 경기 침체는 와 있는데, 몇몇 좋은 지표(소비나 고용) 등을 방패로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침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침체를 인정하는 순간 증시 폭락, 고용 패닉, 소비 급락 등 진짜 경기 침체가 한번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봄 코로나19에 걸렸을 때가 생각납니다. 목도 아프고 몸이 무거운데,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해 보면 두 줄이 뜨지 않았습니다. 키트 상으로 보면 저는 음성판정이고 미확진자였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화되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조차 없게 되었을 때 검사를 하니 비로소 양성이 나왔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었죠. 

지금의 경제상황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엄청난 규모로 팽창되었던 유동성은 금리 인상과 긴축으로 급격히 줄고 있고, 

애플, 테슬라, 아마존, JP모건 등 미국 대기업들은 견조한 실적에도 감원 및 긴축 경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주 금요일에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가 발표됩니다.  

미국 정부가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근거로 철썩같이 믿고 있는 고용 지표인데, 과연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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