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 총정리
1998년 중국 주택시장 개혁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 주석 시절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고 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부터는 주택시장을 개혁해 부동산 시장을 형성하였습니다.
이전까지는 중국의 모든 토지는 국가에 의해 독점, 관리되어 부동산 시장 자체가 없었습니다.
개인은 국가로부터 주택을 분배 받아 거주했었죠.
그러나 98년 주택시장 개혁 이후, 주택분배제도는 사라지고 시장을 통해 주택이 공급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토지소유권은 국가가 갖되 토지와 주택의 사용권을 기업과 개인이 가질 수 있게 하여 부동산의 상품화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2007년에는 물권법(物權法 )을 제정해 부동산의 담보, 증여, 매매가 자유롭도록 허용되었습니다. 이에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게 됩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 고성장
98년 주택제도개혁 이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줄곧 성장해왔습니다.
중국 부동산의 전체 가치는 2000년 23조 위안(약 4370조원)에서 2020년 418조 위안(약 7경 9420조원)으로
20년동안 무려 18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1978년 개혁개방 당시 18%에 불과했던 중국의 도시화율은 1998년 주택제도개혁 당시 36%, 이후 증가해 현재 63%에 달합니다. 도시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며 도시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급성장 한 것이죠.
2000년대 중국은 연 10%대의 높은 경제 고성장을 이룩합니다.
부동산 개발업은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며 중국 경제 성장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죠.
이 기간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지역 개발이 중국 지방 정부의 성과 측정도가 되면서,
지방 정부는 적극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나섭니다.
중국 부동산 가격은 급격하게 오르고 중국에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이어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때도, 중국 부동산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살아나 2009년 폭등했습니다.
중국의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로 일본과 미국에 비해 약 2배 수준입니다.
※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62%로 중국과 비슷합니다 (2020국민대차대조표, 한국은행)
공동부유,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중국은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2011년부터 산아 제한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부 간 1명의 자녀만 허용하던 것이 서서히 풀려 2015년에는 두 자녀 허용, 2021년부터는 세 자녀까지 출산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결혼율과 출산율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 때는 많은 인구를 걱정하던 중국도 2025년부터는 인구가 자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정부는 출산율 감소의 원인으로 자녀 양육비 증가와 집값 상승을 지목했습니다.
높은 집값이 시민의 결혼과 출산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 것입니다.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버블로 이어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 또한 우려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공동부유'라는 기조 아래 부동산 시장 규제에 나섰습니다.
공동부유(共同富裕)란 모든 인민이 다 함께 부유해지자는 뜻으로 성장보다는 분배에 방점을 찍는 경제 정책 슬로건입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빈부 격차로 인해 오히려 장기적인 경제 성장이 저해되고,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위협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공동부유 슬로건은 21년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과 공산당이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은행 대출의 전체 잔액 중 주택담보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의 상한선을 설정하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했습니다.
또한 부동산 개발 업체에 대해서는 3대 레드라인이라고 불리는 조건을 걸어, 이 조건에 부합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대 레드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규제 3대 레드라인
아래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에만 대출 허용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 부채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부채에서 유동자산을 뺀 후 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100% 미만
▶단기 부채 대비 현금 비율이 100% 미만
중국 부동산 업체의 몰락과 공사 중단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회사 상위 30개 사의 3분의 2가 3대 레드라인 중 최소 1개에 걸린다고 합니다. 즉 중국 정부의 3대 레드라인으로 인해 부동산 회사들의 자금줄이 막히게 된 것이죠. 기존 대출을 연장하거나 신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개발로 3000억 달러 이상을 차입해 온 중국의 민간 1위 부동산 회사 헝다는 자금난으로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1년동안 21개의 중국 중대형 부동산 회사가 디폴트를 냈습니다.
부동산 대출이 규제되고 부동산 회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자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악화되고, 급기야는 자금난으로 건설하던 아파트의 공사가 중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 이른바 '란웨이러우(爛尾樓)'라고 불리는 미완공 아파트단지는 중국 전역에 300곳이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주담대 상환 보이콧
주택담보 대출이 규제되고,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되제 부동산 경기는 악화되어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아파트 분양시 계약금 10%, 중도금 60%, 입주 시 잔금 30%로 분양가를 분할 납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분양 시 계약금 30%에 은행 모기지론 70%를 한번에 납부합니다.
아파트 건설 공정이 25% 이루어졌을 때 분양이 가능하고, 분양금 납부와 동시에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납부한 돈을 해당 아파트 단지 건설에만 사용해야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업체들은 분양 대금으로 다른 택지를 매입해 또 다른 아파트를 건설하는 식으로 개발을 늘렸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자금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구조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은행으로부터의 대출까지 막히자 기존의 건설 공정도 중단해야 하는 지경이 됩니다.
피해는 대출까지 받아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입니다. 대출 상환의 압박이 심한데 아파트 공사가 중단 되어 집까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분양했다가, 공사 중단으로 아파트를 제때 인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아파트 공사가 재개될 때까지 모기지 상환을 하지 않겠다고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지속 하락, 미분양 아파트 공무원 강매까지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주택 인도 보장을 언급했습니다.
부동산 관련 대출 확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 지역별 주택 구매 자격 제한 완화 정책을 내놓았고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또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부동산개발업체에 2000억 위안(약 39조원)의 특별대출을 제공해 부동산 업체의 채무 위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심지어는 공무원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강매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후난성 현위원회 서기인 덩비포는 지난 8월 16일 부동산 박람회에서 "모든 동지들과 고위직들이 부동산 구매에 앞장서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날 개막식에 배치된 화면에서는 "기간 내 미분양 주택 구입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공무원은 향후 타 부처로 전직될 수 있으며, 향후 승진 심사 시 미분양 주택을 얼마나 구매했는지 여부가 심사 기준에 포함될 것"이라는 내용이 띄워졌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분양금만 날리고 공사는 중단되어 집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까봐 주택 구매를 꺼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입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13개월 연속 감소 중입니다.
부동산 위기가 중국 경제 위기의 뇌관인 이유
이처럼 중국 정부가 나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부동산 회사가 디폴트에 빠지고
주택 건설이 중단된 상황에서 경기 반등을 이겨내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나 하반기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의 13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 만기가 돌아옵니다.
'부동산 하락 → 부동산 개발업체 유동성 위기 → 디폴트 → 주택 건설 중단 → 모기지 상환 보이콧 → 중소은행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부동산 개발을 통해 고성장을 이룩해왔습니다.
지방정부의 경우 그간 국유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이 지방정부 전체 기금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지역개발에 앞장섰던 중국의 지방정부는 부동산 업체들이 파산하고 개발이 중단되면서,
토지개발권 매매 소득 및 세금 수입이 감소해 재정이 몹시 악화되었습니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거나 채권을 발행한 지방정부는 채무상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국의 대형 은행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가난한 나라들에 수백억 달러를 빌려줬기 때문에 지방 정부의 채무를 중국 내부 금융으로 구제하기도 어렵습니다.
중국의 대형 은행이 돈을 빌려준 신흥국 국가들이 경기 침체로 부채상환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경제의 첫번째 위기는 부동산이며, 두번째 위기는 부동산과 연관된 금융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와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로 인한 위기는 오래전부터 언급되어 온 문제입니다.
2018년에는 우리나라에 신규 주택을 지었지만 공급 대비 수요가 적어 유령도시가 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알려지며 '차이나 쇼크'가 올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어찌저찌 부동산 위기를 막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부동산 위기를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도시 봉쇄와 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업의 침체로
중국은 첫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역사적인 사례들을 살펴볼 때 버블은 늘 예고하고 붕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부동산 위기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 위기에 매우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중국 부동산 위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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