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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또의 슬기로운 생활/경제

환율과 금리인상, 한국경제의 딜레마

by 지또_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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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금리인상, 한국경제의 딜레마


안도했던 8월, 우려의 9월


1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대비 상승률이 6월 대비 떨어졌다며 시장은 환호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이제 잡히는 것 같이 보였고, 연준이 가까운 미래에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 인하를 시작하길 기대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증시의 지수 역시 6월 큰 폭으로 떨어진 이후, 8월에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섣부른 설레발이었습니다.

(8월에 시장 기대가 설레발이라고 썼던 포스팅. 이후 파월의 잭슨홀 미팅 연설 후 시장은 그간의 기대가 설레발이었음을 자각)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 기대, 설레발일까?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 설레발일까?  8월 증시의 회복세 6월 중순 최저점을 찍었던 미국과 한국 증시가 서서히 다시 올랐습니다. 미국 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6월 중순 최저점을 찍기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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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현지시간)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가 진행됩니다.
지난 9월 13일 발표된 8월 물가상승률이 예상대비 높게 나와 인플레이션이 아직 꺾이지 않은 것을 확인한 시장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이 또다시 고강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소 자이언트스텝 수준의 인상입니다. 가능성은 낮습니다만 여차하면 울트라 스텝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와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2.50%로 동률인 상황입니다.
7월에 연준이 0.75bp 금리 인상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며 잠깐 0.25%P 차이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났지만,
8월 25일 한국은행이 0.25bp 금리를 인상하며 동률이 되었습니다.
만약 9월 21일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0.75bp 금리를 인상하면, 이번에는 한미금리역전 금리차가 0.75%P가 됩니다. 7월보다 더 큰 수준의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출처 : 조선일보


금리는 곧 돈값입니다. '한국금리 < 미국금리'란 곧 '한국의 돈값 < 미국의 돈값'입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이득이란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금리보다 미국금리가 더 높아지는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날 때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투자금을 빼낼 확률이 큽니다. 자본유출이 일어나는 것이죠.
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또 돈을 원화 그대로 가져갈까요? 아닙니다 달러로 바꿔 가겠죠.
그럼 원화 수요는 줄고, 달러 수요는 늘어나고. 한미금리역전은 환율 상승을 부추기게 됩니다.




한미금리역전과 자본유출


출처 : 매일경제

한국은행은 과거 3차례의 한미금리역전 기간동안 자본유출이 없었고 오히려 투자금이 더 유입되었음을 거론하며,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는 일단 접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현재 미국의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환율 역시 IMF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으로 높은 상황입니다.
이번 한미금리역전이 과거와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하고 있지만,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뚫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 강달러가 심화할수록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이 심해지기 때문에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더욱 떨어집니다. 9월 15일 기준 코스피 시가 총액 중 외국인의 보유율은 올해 2%P 줄었고, 20%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 고강도 금리 인상 → 한미금리역전 → 달러가치 상승 → 외국인 자본유출 → 환율 상승 → 외국인 자본유출 심화 →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 → 한국 경제 침체' 의 악순환을 타게 되는 것이죠.

출처 : 서울신문




한국경제에 고강도 금리 인상이 치명적인 이유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① 한국 금리 인상과 ② 한미 통화스와프 입니다.
이중 한미통화스와프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영미순방 중인 대통령이 극강의 외교력을 발휘한다면 모를까.

▶ 한미통화스와프 가능성이 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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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미국처럼 고강도의 금리 인상을 해야하는데.
이 고강도의 금리 인상이 또 쉬운게 아닙니다.
① 가계 부채와 ②기업 부채 때문이죠.


지난 2년간 거의 0%에 근접한 초저금리 기간 동안 안그래도 높은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더 상승했습니다. 2020년, 2021년 가계부채는 연간 100조원 이상씩 늘어났습니다. 부동산 붐, 주식 붐까지 일어나 대출을 받아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2030세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영끌) 너도나도 내집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왔습니다.
금리가 인상될 때마다 가계의 대출 이자상환 부담은 커집니다. 이자를 갚느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줄어들고,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매 소비가 위축됩니다.
금리 부담이 커지니 당장의 부동산 시장도 올해들어 크게 쪼그라들었죠.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한계 기업도 문제입니다.
9월 13일 발간된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활동을 통해 번 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한계기업의 비중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4% 증가했습니다.
금리가 인상될 수록 이런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또한 금리가 인상될 수록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기업의 대출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의 은행 기업대출은 전년 대비 80조 4000억원 증가했습니다. 23.7%의 증가폭입니다. 금리 인상 → 회사채 발행 어려움, 기업의 대출 증가 → 금리 인상 지속 → 한계기업 증가의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은 2.5~3.0% 입니다. 여기서 큰 폭의 기준 금리 인상이 단행될수록 기업이 감내 가능한 금리 수준과 더욱 멀어지겠죠.

출처 : 대한상공회의소




환율 상승을 놔두자니 자본 유출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 때문에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그야말로 환율도 금리도 뾰족한 수가 없는 딜레마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은 7월 8월에 각각 빅스텝, 베이비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9월에는 금통위가 열리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의 다음 금리 결정은 10월 14일입니다.
8월에는 시장의 설레발 분위기 속에 베이비 스텝이었습니다만.
10월에는 고통을 감수한 결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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