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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금융위기 위험 이야기

by 지또_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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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금융위기 위험 이야기

(최근 미국과 한국 증시 급락의 이유중 하나)


올해 최저점까지 내려앉았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28일 반등했다.
27일에는 떨어지다가 하루 만에 반등세로 변한 것이었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로 영국 경제가 있다.




출처 : 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영국의 전 총리 보리스 존슨이 임기를 2년 앞두고 9월 중도 사퇴하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파티를 여는 등 여러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겨왔는데,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의 성비위를 감쌌다는 이유로, 내각의 장관가 참모들이 줄지어 사표를 내며 거의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역시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




출처 : KBS

9월 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외무부 장관을 지낸 리즈 트러스가 영국 보수당의 당 대표이자 새 총리로 선출되었다.




총리되고 여왕을 알현한 지 이틀 만에 여왕이 서거해, 위 사진으로 유명한 그 총리다.




출처 : 한국일보

트러스 총리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정치적 우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녀는 작은 정부, 친시장 정책의 중심 축인 '대처리즘'의 수호자로 불리며 옷 스타일과 말투까지 대처를 따라하는 부분이 많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감세로 영국 경제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다.
그리고 당선 발표 직후 연설에서도 "세금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위한 과감한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녀가 대규모 감세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지는 초반에 의문이었다.




영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역대급으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을 겪고 있다.
8월 발표된 7월의 전년비 물가상승률은 10.1%로 40년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며,
9월 발표된 8월의 전년비 물가상승률은 9.9%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인 8.3%보다 훨씬 높다.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작년부터 금리 인상을 하고 있는데,
감세 정책을 펼친다면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려는 중앙은행의 움직임과 맞지 않는다.(노빠꾸 돈풀기)

감세 정책 → 세금이 덜 걷힘 → 나라로 나갈 돈이 내 주머니에 남음 → 시중에 돈이 풀려있게 되는 것임 → 시장에 돈이 많다 → 돈의 가치가 떨어짐 → 물가상승




선거용이라는 예상과 달리, 트러스 총리는 공약대로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트러스 총리의 대규모 감세 정책
소득세 기본 세율 20%→19%로 인하
소득세 최고 세율 45% →40%로 인하
주택 구매시 내야 하는 인지세 인하
법인세 19%→25%로 인상 계획 철회
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 약 70조원을 감세할 것으로 예상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 정책
+) 6개월간 600억 파운드, 약 94조원 규모의 에너지 요금 지원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과도하게 많거나, 공급이 과도하게 적어서 발생한다.
트러스 총리가 존경하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80년대에 공급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잡는 정책을 펼쳤다.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떨어뜨려 인플레이션을 잡자는 것이었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 세금이나 정부 규제를 풀어줬다. 트러스 총리의 대규모 감세 정책은 이런 대처의 인플레이션 해결법을 따랐다.




그런데 감세를 하면 정부는 어디서 돈을 번단 말인가?
세금을 덜 걷으면 국채를 발행해서 정부 수입을 늘려야 한다.
'흔해지면 싸진다'는 건 경제 공식이다. 국채 발행이 많아지면 국채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국채가격이 떨어지면 국채금리는 증가한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50년만의 대규모 감세정책이다 보니 영국의 국채 발행 또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고,
9월 27일 영국의 국채 금리는 2002년 이후 최고점으로 폭등하였다. 영국 국채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국채 금리가 폭등해 국채 가치가 하락하자, 영국의 연기금, 보험사 등은 대규모 마진콜(margin call)에 직면하게 되었다.
영국의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부채연계투자(LDI)라는 파생상품을 통해 1파운드로 4파운드에 해당하는 국채를 사는 레버리지 투자를 관행적으로 해왔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국채를 사고 남은 돈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온 것이다.
그런데 국채 금리가 폭등해 국채 가치가 떨어지자 투자 원금 손실에 따른 추가 증거금을 내놓아야 하는 마진콜을 받게 되었고, 그 규모는 최소 10억 파운드, 1조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추가 증거금을 위해 연기금과 보험사가 갖고 있는 채권을 추가로 팔면서 채권 금리는 더 뛰게 되었다. (채권 가격은 하락)
영국 연기금이 자칫 부도가 날 수도 있었다.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상황이 이러하니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곧 부도날 것 같은 나라의 돈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9월 26일 한때 미국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 환율은 1파운드에 1.0327달러까지 급락했다.
1985년 2월 26일 1파운드에 1.05달러였던 기록을 깨버렸다.





출처 : 연합뉴스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자, 영국이 1976년에 이어 IMF 구제 금융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9월 26일(현지시간) '파운드화 쇼크'로 S&P 500, 다우, 나스닥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우리나라도 9월 27일 블랙먼데이에 이은 검은 수요일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는 2년 2개월만에 처음으로 2,200 밑으로 떨어졌다.




출처 : 서울경제, SBS

국채 금리가 역대급으로 급등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9월 28일(현지시간) 총 650억 파운드, 약 101조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을 진행하기로 발표했다.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해 국채 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영란은행의 발표 후 영국 국채 금리는 다시 하락했다.




출처 :연합뉴스

영란은행이 대규모 국채 매입 카드를 내놓자 불안에 요동쳤던 금융 시장은 다소 안정되었다.
9월 28일(현지시간) 뉴욕 3대 증시는 소폭 반등했다.
(근데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은 다시 뚝 떨어짐)




출처 : 뉴시스

하지만 이번 영란은행의 국채 매입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국채 매입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시장에 푸는 것인데, 시장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금리 인상 기조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멈춘다면 또 모를까.
국채 매입을 통한 국채 금리 인하 효과는 일시적일 거란 전망이 대다수다.
영란은행은 국채 매입을 발표하며 10월로 예정되어 있었던 양적 긴축도 연기하였다.
금리 인상 + 양적 긴축 쌍끌이로 미국보다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할 판에,
영란은행은 파운드화 급락도 막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양적 긴축 연기와 금번 국채 매입으로 영국의 인플레이션 잡기는 더욱 어려워질 듯 하다.




이번 영국발 금융위기 위험 사태를 불러일으킨 트러스 총리는 여전히 대규모 감세 정책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9월 29일(현지시간) 트러스 총리는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감세를 포함한 계획의 철회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영국은 대단히 어려운 경제적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경제 성장과 영국의 전진,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긴급 조치를 해야 했다.
앞으로도 경제 성장을 위해 기꺼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것.
(메리 트러스 영국 총리)





오락가락 할 수 밖에 없는 영란은행과 대처리즘 수호자 트러스 총리의 대규모 감세로 한동안 영국은 시장에 불안 요인을 많이 제공할 것 같다.



그런데 이와중에 한국은행도 영란은행과 같은 행보를...
인플레이션과 환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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