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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러시아 (푸틴이 버티는 이유)

by 지또_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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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러시아 (푸틴이 버티는 이유)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영국 넬슨 함대에 패해 영국 정복에 실패한 나폴레옹은 1806년 대륙봉쇄령을 통해 영국을 경제적으로 말려 죽이려고 했다. 

 

 

 

 

영국과 교역량이 많았던 러시아는 프랑스의 대륙봉쇄령에 반발하였고, 나폴레옹은 영국을 말려 죽이려면 러시아부터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이다. 

나폴레옹은 1812년 6월 약 42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출정해 9월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나폴레옹의 대군에 비해 러시아는 약 10만 정도의 병력이 있었을 뿐이지만, 

모스크바를 다 불태우고 후퇴해버리는 청야전술을 썼다.

러시아의 항복을 받아내고 돌아갈 요량이었던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은 후퇴를 거듭하는 러시아군을 상대하다 겨울이 닥쳐오자 보급도 끊기고 지치게 되었다. 

*청야전술 : 방어군이 자발적으로 모든 군수물자를 없애버려 적군을 지치게 만드는 전술

 

 

 

 

12월 러시아의 겨울 기온은 영하 38도였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은 철군하면서도 러시아의 겨울 추위와 질병으로 하루에 만 명씩 동사했다. 

 

 

 

 

결국 러시아 원정에 나선 프랑스군 약 43만명 중 2만 8천 명만 생존하여 돌아오게 되었다. 

러시아의 겨울에 호되게 당한 나폴레옹은 이후 몰락하게 된다. 

 

 

 

 

그리고 130년 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같이 나치독일의 히틀러 또한 소련 침공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이 시작된 날(1812년 6월 24일)과 비슷한 시기인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은 바르바로사 작전을 통해 소련을 기습 공격했다. 330만 명의 대규모 군 병력을 동원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이었다. 

 

 

 

 

 

10월 중순 나치독일군은 모스크바 근처까지 진격하였지만, 러시아의 가을장마로 인해 길이 진흙탕이 되는 라스푸티차에 막혀 진격에 방해를 받았다. 진흙이 굳는 겨울까지 기다리자 이번엔 나폴레옹도 철군하게 만들었던 혹독한 추위가 닥쳤다. 

 

 

 

 

1941년 당시 러시아에는 전보다 더 강한 한파가 닥쳤다. 12월 7일 모스크바의 기온은 영하 29도까지 떨어졌다.

부동액이 없었던 나치독일의 전차와 장갑차는 움직일 수 없었고, 한파로 인해 기차가 움직이지 못해 보급품이 전방까지 전달될 수 없었다. 

 

 

 

 

결국 약화된 나치독일군은 소련군의 반격에 패해 1942년 1월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1939년 이래 나치 독일군이 처음으로 크게 패해 후퇴하는 전투가 되었다. 

3~4 달이면 모스크바를 점령해 소련을 정복할 수 있을 줄 알았던 히틀러는 러시아의 겨울 추위에 당하고 이후 1945년까지 소련과의 전쟁을 이어나가다 결국 패망하게 된다. 

 

 

 

 

 

이처럼 러시아는 혹독한 겨울 추위로 번번이 나라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전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동부의 핵심 요충지 리만을 탈환했다. 

전세가 계속 우크라이나로 기울어 가는데도 푸틴은 버티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역사 속의 사례처럼 겨울이 러시아를 도와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중단에 대해 유럽은 미국과 중동의 LNG로 천연가스 공급원을 다변화했고, 현재 가스 비축률은 86%에 달한다. 가스 비축 외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공공기관 소등과 같은 에너지 절감 정책을 통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만약 올 겨울 유럽에 한파가 닥치면, 천연가스 수요는 더 높아지고,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없는 유럽은 더 비싼 값에 미국과 중동산 LNG를 수입해야 한다.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10.0% 상승해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태이다. 

한파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유럽 국가의 러시아 제재에 반발하며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축소, 중단 했음에도 유럽이 기대만큼 타격을 입지 않자, 현재 러시아만 손해 보는 꼴이 된 상황이다. 

수출처가 막힌 러시아는 남아도는 가스를 태워버리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예상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천연가스 가격은 8월말~9월 초중순 정점을 찍고 현재 하락한 상황이다. 올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얼마나 따뜻할 지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와 가격, 그리고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카드는 달라질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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