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비료 이야기 1
인간은 특정 영양소가 부족하면 신체 성장이 저해되고, 질병에 걸리게 된다.
생물 시간에 다 한 번씩은 배웠을 것이다.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에 걸리고, 칼슘이 부족하면 골다공증, 비타민A가 부족하면 야맹증, 비타민B가 부족하면 각기병에 걸린다.
식물의 성장에 있어서도 영양소는 중요하다.
필수 영양소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식물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3대 영양소는 질소, 인산, 칼륨이다.
리비히의 최소양분율 법칙에 따르면, 영양소를 더 많이 공급한다고 식물이 더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영양소 중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지 않아야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이다.
식물의 성장을 위한 3대 영양소 중 인산과 칼륨은 토양에 존재하는 물질로, 흙 속 뿌리를 통해 식물에 쉽게 흡수된다.
문제는 질소다.
질소는 대기 중 78%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식물이 잎을 통해 흡수할 수가 없다.
공기 중의 질소는 흙 속의 미생물(질소고정세균)에 의해 암모니아로 고정되어 식물에 흡수된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토양의 질과 미생물 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든 식물이 충분한 질소를 흡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식물들은 늘 질소에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식물이 늘 질소에 굶주려 제대로 자라나지 못해 인간 또한 긴 세월 식량부족과 싸워야 했다.
곡물 생산량은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1798년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R.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인 증가에 그치기 때문에 인간은 결국 식량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맬서스 이론이다.
인류가 작물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주로 사용했던 방법은 퇴비나 거름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토양에 뿌리거나, 휴경을 통해 지력을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이 외에 새들의 배설물이 쌓여 굳은 구아노나 질산칼륨이 풍부한 남미 사막의 초석 같은 천연 비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퇴비나 거름은 영양이 충분치 않았고, 구아노나 초석과 같은 천연 비료는 남미에서 들여오는 탓에 비용도 많이 들고 공급량이 한정적이었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인공 비료의 생산이 필요했다.
1909년 3월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공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도록 암모니아로 합성하는 것은 어려웠다.
질소를 이루는 두 원자가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수소 원자와 결합시키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버는 175℃의 고열과 175기압의 고압 조건에서 오스뮴이라는 물질을 촉매로 활용해 질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했다.
그러나 이때 암모니아의 수율은 8%였다. 대량 생산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게다가 촉매 오스뮴은 흔치 않은 광물이라 합성에 따르는 비용도 많이 들었다.
프리츠 하버는 당시 독일 최대의 화학업체 BASF의 수석 화학자 카를 보슈와 암모니아 수율을 높이는 연구를 시작했다.
1913년 하버와 보슈는 산화철을 촉매로 확용해 암모니아를 하루 20톤 규모로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하버-보슈법에 의해 식물 성장에 필요한 질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1705년 토마스 뉴커먼의 증기 기관 발명
1769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 기관 개량으로
18세기 중후반부터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면직물, 철강 산업 등 공업이 발달하고, 도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18~19세기 산업혁명기 도시의 인구는 증가했지만, 이들이 먹을 식량은 부족했다.
맬서스의 인구이론대로 식량 생산의 증가가 인구의 증가 속도는 따라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화학 비료의 개발로 식량 생산량은 증가하였다. 적은 노동으로도 이전보다 훨씬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긴 농촌의 잉여 노동 인구는 도시로 이동했고, 도시의 산업 노동력을 더 풍부하게 했다.
농업 생산량이 증가하자 도시 노동자의 식량 부족도 해결되었다.
화학 비료의 발명으로 인한 농업 생산량의 극적인 증가는 인류를 오랜 식량 부족에서 해방시켰다.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산업 혁명은 화학 비료의 발명을 통해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화학 비료로 인한 농업 생산량 증가 이후 20세기 초부터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버-보슈법을 개발한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는 각각 1918년과 193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하버는 이 발명을 통해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라고 불렸다.
하지만 하버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전쟁 살상용 독가스를 개발해 '공기로 독을 만드는 과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하버는 독가스 개발로 전범이 될 뻔 했지만, 화학 비료 개발로 인류를 식량 부족을 해결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노발 화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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