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시장에는 많은 유동성이 풀리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현재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금리 인상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지난 6월에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습니다.
미국 역시 빅스텝에 자이언트스텝까지 밟으며 고강도의 금리 인상을 진행하고 있고요.
금리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가 지수는 하락했습니다.
최근에는 반등 랠리를 이어가고는 있습니다만, 이전 고점에 비하면 뚝 떨어진 수준입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하락세입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11주 연속 하락하고 있고, 견고하던 서초 집값마저도 상승을 멈췄습니다.
금리 인상 기조에 앞으로 경기 침체가 올거라는 전망까지 더해져 부동산의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거고들 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P 오르면 2년 뒤 집 값이 2.8% 상승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금리 인상은 부동산 가격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금리 인상이 있었지만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입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은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과거 금리 인상기 부동산 가격은 어땠을 까요?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가까운 미래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최근 20년 간 한국 금리 인상
위 그래프는 2002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를 나타낸 표입니다. (7월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2.25%가 된 것은 미반영되어있음)
지난 20년 간 크게 다섯차례의 금리 인상기가 있었습니다.
① 2002년 5월 ~ 2003년 4월 : 기준금리 4% → 4.25%
② 2005년 10월 ~ 2008년 8월 : 기준금리 3.25% → 5.25%
③ 2010년 7월 ~ 2011년 6월 : 기준금리 2% → 3.25%
④ 2017년 11월 ~ 2018년 12월 : 기준금리 1.25% → 1.75%
⑤ 2021년 8월 ~ 현재진행 중 : 기준금리 0.5% → 2.25%
금리 인상기 부동산 가격 히스토리
각각의 금리 인상기 동안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래프는 수도권 지역의 2003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의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화입니다.
2003년 11월부터 데이터가 있는지라 2002년 5월의 금리 인상기 부동산 가격 변화는 위 그래프에서 알 수가 없습니다만, 2005년~2008년 금리 인상기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5년 ~ 2008년 금리 인상기 - 부동산 가격 상승
2005년 10월 기준금리는 기존 3.25%에서 3.5%로 인상되었습니다.
이후 기준금리는 2005년 12월 3.75%, 2006년 2월 4%, 같은 해 6월 4.25%, 8월 4.5%,
2007년 7월 4.75%, 8월 5%, 2008년 8월 5.25%까지 9차례 인상되어 약 3년 남짓의 기간동안 총 2%P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상승했습니다.
2005년 10월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서울이 56.9, 경기가 56.8이었는데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렸던 2008년 8월의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서울이 83.2, 경기가 82.8이었습니다.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우리나라 부동산은 상승장이었는데요.
1997년 IMF 구제금융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많은 건설사들이 이 시기 무너졌습니다.
이로 인해 주택 건설은 5~6년간 침체되어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외환 위기 이후 주택 경기가 가라앉자 정부는 2005년 금리 인상 이전까지 금리를 낮추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운영하였습니다.
부동산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정부의 규제 완화까지 더해지니 이후 부동산 광풍이 일어났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며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규제 정책을 시행했지만,
과열된 시장이 규제를 이길 때였습니다.
이 시기 저는 학생이었는데, 당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살았음에도
제가 살던 지역에 모델 하우스가 몇 개씩 지어지고 아파트 분양 소식이 매달 이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투기꾼이 몰려오고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도 모이면 어디는 P가 얼마라더라,
어느 아파트는 분양가가 평당 얼마라더라며 부동산 얘기를 많이 하셨죠.
2010년 ~ 2011년 금리 인상기 - 부동산 가격 보합
2010년 7월 기준금리는 기존 2%에서 2.25%로 인상되었습니다.
이후 2010년 11월 2.5%, 2011년 1월 2.75%, 3월 3%, 6월 3.25%로 기준금리는 약 1년간 1.25%P 올랐습니다. 2005년~2008년의 금리 인상기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기간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2010년~2011년의 금리 인상기에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이 시기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르지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은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기가 침체된 데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도입한 재산세,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 LTV 강화, 분양권 전매 금지, DTI 도입 등 부동산 규제 정책이 이 시기 정책 효과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동산의 보합, 하락세는 2011년 6월 이후 2012년 6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되었다가 이후 기준 금리가 인하되는 기조로 돌아설 때에도 지속되었습니다.
2017년 ~ 2018년 금리 인상기 - 부동산 가격 상승
2017년 11월 기준금리는 기존 1.25%에서 1.5%로 인상되었습니다.
이후 기준금리는 2018년 11월까지 1.5%로 계속 유지되다 2018년 12월에 1.75%로 올랐습니다.
약 1년 간 기준금리는 두 차례에 걸쳐 총 0.5%P 오른 것입니다.
이 시기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상승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짧은 기간 소폭 이루어져 주택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2021년 ~ 현재까지의 금리 인상기 - 부동산 가격 보합 및 일부 하락
2021년 8월 기준금리는 기존 0.5%에서 0.75%로 인상되었습니다.
이후 기준금리는 11월 1%, 2022년 1월 1.25%, 4월 1.5%, 5월 1.75%, 7월 2.25%로 올랐습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기준금리가 총 1.75%P 인상되었습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급격하게 상승한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상승을 멈춘 상태입니다.
서울만 해도 강남, 용산 등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오르는 곳도 있지만, 흔히 '노도강'이라 불리는 노원, 도봉, 강북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보합 속에 일부 지역들의 하락이 시작된 것입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중에 기준 금리는 한동안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점차 타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 전망
지난 20년 간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의 히스토리를 살펴보았을 때,
기준 금리 인상이 반드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05년~2008년과 2017년~2018년의 금리 인상기에는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더 올랐습니다.
기준 금리 인상이 반드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현재의 금리 인상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 짧은 기간 고강도로 금리 인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선 기준 금리 인상은 1~3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2005년~2008년의 기준 금리 인상은 총 2%P가 인상되었지만, 중간의 기준 금리 동결 기간이 있었고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이 이루어졌습니다.
2010년~2011년의 기준 금리 이상은 1년 간 총 1.25%P 인상되고 이후로는 기준금리가 지속 동결되었습니다.
2017년~2018년의 기준 금리 인상은 1년 간 단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으며, 인상의 폭도 0.5%P로 작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기준 금리 인상은 앞선 사례들에 비해 매우 급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1.75%P 기준 금리가 인상되었고,
연말까지 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 그간 오래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 유동성 상승으로 그간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했습니다.
현재 기준 금리인 2.25%는 2014년 10월 이후 첫 2.25%입니다.
2015년 3월 기준금리가 기존 2%에서 1.75%로 인하된 이후, 기준금리는 줄곧 1% 대에 머물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2021년에는 기준금리가 0.5%까지 떨어져 제로 수준의 저금리였습니다.
우리나라 기준 금리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였죠.
저금리 기조 속 시장에 많은 유동성이 풀렸고, 이는 곧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야기했습니다.
기준 금리가 인상되고 나서도 한동안 상승이 이어졌으니, 부동산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입니다. 이로써 부동산 수요가 약화됩니다.
셋째, 금리 인상 전 저금리 기조동안 가계 부채가 증가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2019년 말에서 2021년 말 사이 1600조 원에서 1860조 원으로 260조 원 증가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3개 주요국 중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에는 가계 부채가 GDP의 95%였는데, 2021년 4분기에는 106.6%로 11.6%P 증가한 것입니다.
가계 부채가 이토록 증가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급격하게 진행된다면?
각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됩니다.
특히나 2020년~2021년에는 2030 세대가 저금리의 대출을 이용해 이른바 '영끌 매수'로 내집마련 열풍을 일으키던 때였습니다.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은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커져 부동산 매도 요인이 커지고,
매입하지 않은 사람들 역시 원리금 상환의 부담으로 부동산 수요가 작아지게 됩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수했던 사람들이 금리 인상 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많은 부동산 공급과 수요자들이 관망하는 가운데, 관망 이탈자가 생깁니다.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기존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 하락장이 시작됩니다.
앞선 기준 금리 인상의 사례와 현재 사례의 차이점,
즉 금리 인상의 급격한 진행, 금리 인상 전 초저금리가 장기 지속했다는 점, 가계대출 증가로 인한 금리 인상 부담 증가가 바로 오늘날 기준 금리 인상이 예전 사례와 달리 부동산 하락을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기준 금리 인상이 부동산 하락장이라는 아궁이에 장작을 더해준 역할을 하게 된 셈이죠.
오늘은 과거 기준 금리 인상기 부동산 가격 변화 히스토리를 살펴보며,
금리 인상이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금리 인상이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는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불러일으킨 주요한 충분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음 알 수 있었습니다.
기준 금리가 한동안은 지속 인상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추세는 계속 이어져
부동산 가격은 한동안 하방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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