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우리나라 기준금리 변화
대학생 시절 졸업논문 참고 겸 취업 준비를 위해 한동안 경제 기사 스크랩을 열심히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한 10년 전 쯤 일이 되었네요.
오늘 책장 정리를 하며 그때의 경제 기사 스크랩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첫번째 나온 스크랩이 한국은행의 2013년 5월 기준금리 인하 기사입니다.
지금은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분위기이고,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50bp 올리며 빅스텝을 단행했는데요.
10년 전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전세계적으로도 금리를 낮추는 추세였네요.
잊고 있던 과거가 오늘날과 다른 모습일 때는 그 다름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오늘날과 다른 금리 인하 기조에 더해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2013년 5월 당시 기존보다 25bp 인하된 우리나라 기준금리 2.5%가,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6차례 꾸준히 인상해 온 현재의 기준금리 2.25%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그간 어떻게 흘러왔을까요?
오늘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변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변화
위 그래프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변화를 나타낸 것입니다.
199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의 기준금리 추이입니다.
※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콜금리 목표(금융기관 간의 단기 자금대차인 콜에 대한 이자율)를 기준금리로 사용하다 2008년 3월부터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준금리로 정하고 있습니다.
1999년 5월 4.75%에서 시작한 기준금리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크고 작은 등락을 거듭해왔습니다.
각 시기별로 기준금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볼까요.
① 1999년 5월 ~ 2005년 9월 : 외환위기 이후 금리 상승 후 단계적 금리 인하
: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상승했다가 단계적으로 인하했던 시기입니다.
이 시기 기준금리는 1999년 5월 4.75%에서 2000년 10월 5.25%까지 인상되었다가 이후 인하를 거듭해,
2004년 11월 3.25%까지 내려간 후 2005년 9월까지 3.25%가 유지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금리가 인하되었던 시기인데, 중간에 금리가 인상되었던 때는
2000년 10월(기존 5%→5.25%로 인상)과, 2002년 5월(기존4%→4.25%) 입니다.
2000년 10월에는 중견기업의 자금경색이 완화되지 않고, 고유가와 환율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점,
2002년 5월에는 경기가 과열되고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 상승의 우려가 있다는 점으로
일시 기준금리(당시에는 콜금리)가 인상되었습니다.
② 2005년 10월 ~ 2008년 9월 : 금리 인상기
: 2004년 11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약 1년 가까이 3.25%를 유지하던 기준금리는,
2005년 10월 3.5%로 인상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까지 단계적 인상되었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니 3.25%까지 내려간 기준금리가 '저금리' 수준이라며 과도한 가계 대출과 자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한은 발표가 인상 깊습니다.
③ 2008년 10월 ~ 2010년 6월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 인하기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버블 붕괴가 일어났던 2008년 9월.
기준금리는 5.25% 최고점을 찍고 이후 반년사이 2%대로 급격히 인하됩니다.
오늘날에는 기준 금리 인상 시에 통상적인 인상폭인 25bp 베이비스텝을 넘어선 50bp 인상 빅스텝, 75bp 인상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매우 공격적인 인상으로 보는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기준금리의 인하 폭이 한번에 100bp를 기록한 적도 있습니다.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기존 4%에서 3%로 급격히 낮춘 것입니다.
이후 2009년 2월 2%까지 낮아졌던 기준금리는 2010년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동결 유지됩니다.
④ 2010년 7월 ~ 2012년 6월 : 금리 인상 및 장기 금리 동결기
: 2009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2%를 유지하던 기준금리는 2010년 7월 2.25%로 인상되고,
이후 점진적인 인상 단계를 거칩니다.
2010년 6월에는 OECD의 한국 담당관이 빠른 경제 안정세와 물가 상승을 이유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2011년 말까지 4.5%로 높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 각국이 금리 인하 및 양적 완화로 경제를 안정화한 후
출구전략으로 서서히 금리 인상에 나선 시기이죠.
2010년 6월 2%였던 기준금리는 2011년 6월 3.25%까지 올라간 후 2012년 6월까지 동결됩니다.
⑤ 2012년 7월 ~ 2017년 10월 : 금리 인하 및 장기 금리 동결기
: 2012년 6월 3.25%였던 기준금리는 저성장, 저물가 시대를 맞아 2012년 7월 3%로 인하된 이후 2017년 10월까지 인하 기조를 밟습니다.
2010년대는 전세계적인 저성장 시대였습니다. 당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 아래의 0%대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였죠.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기준금리는 인하되었고, 2016년 6월 1.25%까지 떨어진 뒤 2017년 10월까지 1년 넘게 같은 금리로 동결되어 유지되었습니다.
⑥ 2017년 11월 ~ 2019년 6월 : 짧은 금리 인상기
: 장기간의 저금리로 이 시기에도 지금과 비슷하게 급격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 기준 금리를 기존 1.25%에서 1.5%로 올렸고,
미 연준(Fed)은 2017년 12월 금리를 인상해 정책 금리 상단이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같아졌었죠.
2017년 11월 1.5%로 올랐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18년 1월 1.75%까지 오른 후, 2019년 6월까지 동결됩니다.
⑦ 2019년 7월 ~ 2021년 7월 : 금리 인하, 코로나 시기 초저금리 도입
: 2019년 7월 기준금리는 기존 1.75%에서 1.5%로 인하됩니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저유가로 인한 저물가, 당시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까닭입니다. 이후 기준금리는 2020년 2월까지 1.25%로 낮아지는데요.
2020년 3월에는 한번에 50bp가 인하되어 기준금리가 0.75%가 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될 전망에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고, 일부 국가들의 락다운으로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멈추게 된 때였습니다. 급격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였고,
이후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한 번 더 인하되어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 0.5%가 되었습니다.
0.5%의 기준금리는 2021년 7월까지 1년 넘게 유지되었습니다.
⑧ 2021년 8월 ~ 현재 : 다시 돌아온 금리 인상기
: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어가는 조짐이 보이자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인상합니다. 장기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이 과도하게 많아지고, 가계부채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2022년 3월까지 2~3개월에 걸쳐 25bp씩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합니다.
당초에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방향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고유가, 고물가가 심해지고,
미국이 뒤늦게 금리 인상에 나서며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며 공격적인 통화기조를 보이며
한국은행도 통화 정책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4월부터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때마다 금리 인상이 발표되었습니다.
4월 25bp 인상 (기준금리 1.5%), 5월 25bp 인상 (기준금리 1.75%), 7월 50bp 인상 (기준금리 2.25%).
물가상승률이 목표한 2%로 다시 떨어질때까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8월의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로 예정되어, 이날 기준금리가 얼마나 인상될지가 정해집니다.
이렇게 지난 약 20년간의 우리나라 기준금리 히스토리를 살펴보았습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3%대는 저금리로 인식되었다는 점,
자이언트스텝의 금리 인상만큼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급격한 금리 인하가 있었다는 점,
영끌 열풍의 주역이었던 2030 세대는 대학생~초년 직장인 시기에 장기적인 초저금리 시대에 있었다는 점들이 지난 기준금리 히스토리를 되돌아보며 돋보였습니다.
장기간의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저를 비롯한 2030 세대는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금리 인상의 시기가 왔습니다. 이 시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중간에 나타날 변수는 무엇일지 알 수 없습니다.
기준금리 변화에 과거에는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상기하며, 앞으로의 금리 인상기를 대비해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또의 슬기로운 생활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융 용어] 영국 금융위기, 마진콜이란? (0) | 2022.10.14 |
---|---|
금리가 오르면 왜 채권 가격이 떨어질까 (0) | 2022.10.05 |
9월 FOMC 점도표 - 금리 인상 지속 전망 (0) | 2022.09.28 |
한국은행 통계 가계부채 알아보는 법 (0) | 2022.09.21 |
환율과 금리인상, 한국경제의 딜레마 (2) | 2022.09.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