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의 공포, 스태그플레이션 총정리
5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1.75%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상황이고 2%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낮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하기 보다는 물가 상승 위험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말하며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라고 진단하고,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입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일 스태그플레이션과 관련한 경제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옐런, G7 재무장관 회의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22.05.19, 파이낸셜뉴스)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에 세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확산 (22.05.19, 연합뉴스)
"한국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상황 더 나빠져" (22.05.25, 한국경제)
오늘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 원인과 스태그플레이션이 왜 위험한건지,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의 사례 등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총정리해보겠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
통상 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수요가 감소하고 생산 활동이 위축되며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물가가 더디게 오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불황 속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뜻합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물가 상승이 제한적인 통상적인 흐름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
공급 비용의 상승
원유, 시멘트, 철강 등 원자재 값 상승으로 제품의 생산 단가가 증가하면 이는 곳 제품의 가격에 반영되어 물가는 상승하고 소비는 감소합니다. 감소한 수요와 늘어난 생산비용으로 인해 제품의 생산량은 이전보다 감소하고, 생산량이 적어지니 생산을 위한 필요 인력도 적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실업률은 높아지고 다시 소비가 감소, 공급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무리한 부양정책으로 인한 통화 팽창
경기 부양정책으로 시중에 통화가 갑자기 늘어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며 물건의 가격이 상승합니다.
이때 기대인플레이션의 증가로 기업은 임금인상 압박을 받게 되고, 임금이 인상되면 생산비용이 상승합니다. 기업은 생산비용의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해 가격을 인상합니다.
물가가 상승하면 소비는 감소하고, 이에 따라 생산량도 축소됩니다. 그리고 실업률은 증가합니다.
'S의 공포', 스태그플레이션이 위험한 이유
스태그플레이션을 다룬 경제기사를 보면 ‘S의 공포’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S 공포에 뉴욕증시·비트코인 '폭락' …테슬라 9%↓(22.05.10, 한국경제)
"한국도 'S공포' 닥칠 수 있다"…전문가의 경고 (22.05.19, 한국경제)
올 성장률 2.7%로 하향…점점 커지는 'S의 공포' (22.05.26, 한국경제)
‘S의 공포’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는 상황에 대한 공포,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입니다.
즉 그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이토록 공포스러울 정도로 위험한 이유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통상 경기의 호황으로 물가가 많이 오를 때에는 금리를 올리거나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여 물가 상승을 막았습니다. 반대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금리를 낮추고,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여 시장에 돈을 풀어 물가를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경우에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 덩달아 물가가 더 오르게 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고 돈을 죄면 경기가 더 침체됩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높아진 물가와 실업률로 국민의 고통은 배가됩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사례 - 1970년대 오일쇼크
1973년과 1979년, 석유를 생산하는 중동 국가들이 인위적으로 생산을 제한하고 석유 가격을 인상하였습니다. 이를 각각 1차 오일쇼크와 2차 오일쇼크로 부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차 오일쇼크는 이스라엘과 주변 중동국가들의 전쟁 및 세력 다툼으로 인해 발생하였고, 2차 오일쇼크는 이란 혁명, 이란-이라크 전쟁,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무기화 등으로 석유 수급이 악화되며 발생하였습니다.
석유값이 오르자 당시 석유를 원재료로 하는 재화의 생산비용이 증가, 가격이 상승하였습니다. 재화 자체의 가치상승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아닌, 원재료 비용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이었기에 기업은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고용을 줄였습니다. 이는 곧 실업증가와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을 발생시켰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탄생하게 된 때도 바로 이 때입니다.
1970년~1980년 미국의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7%를 넘었고, 1,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때는 두자리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시기 미국의 실업률은 6~8%였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오늘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발생한 이유
지난 2년간 세계적인 문제였던 코로나는 현재 우리가 맞이한 인플레이션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초반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는 크고 작은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하지 않았지만, 많은 국가들이 지역봉쇄, 국가봉쇄라는 엄격한 정책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었습니다.
소비가 위축되면 생산이 위축되고, 고용도 줄어드는 경기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은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려가며 소비를 장려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코로나가 심한 상황이었으니, 정부의 기대만큼 소비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돈은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지난 2년간 전세계의 증시와 부동산시장은 엄청난 성장을 맞이합니다. 우리나라도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하고, 집값이 두배, 세배 뛸 정도로 많은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렸습니다.
그리고 21년 말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억눌려왔던 소비가 터지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물가도 급격히 상승하게 된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올해 들어 3가지의 큰 변수가 또 생깁니다.
중국의 봉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급격한 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인상입니다.
중국의 봉쇄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전세계적인 공급 차질이 벌어졌고,
미국의 빅스텝 금리 인상은 급격한 증시의 하락을 가져왔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날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오늘날 비교
원재자값 상승이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경기 둔화를 부추겼다는 것에서
오늘날의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양상은 1970년대의 오일쇼크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오늘날의 상황은 1970년대와 다르기 때문에
예전같이 장기적으로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 이유로 아래의 3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① 각 국의 중앙은행들이 적절한 통화 긴축으로 선제 조치 진행 (단계적인 금리인상)
② 1970년대에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노동자들이 두자릿수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 임금-물가상승 악순환이 발생했지만, 오늘날 노동자들의 협상력 약화로 큰폭의 인상을 요구하진 않는다는 점
③ 오늘날에는 1970년대에 비해 각국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점
에너지 효율이 이전보다 개선되었고, 원유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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