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 이유와 한미 금리 역전 총정리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이유
(현지기준) 6월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한 번에 금리를 0.75% 인상했습니다. 연준이 한번에 0.75%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처럼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이유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미 연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를 우려해 지난 2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팬데믹 기간 동안 시장의 유동성은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팬데믹 전인 2019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통화(M2)의 비율은 70%였는데, 21년 8월에는 이 비율이 최대 94.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유동성 증가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증가폭의 3배에 달합니다.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자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엔데믹 국면에 접어든데다 우크라이나 전쟁같은 국제 정세 영향으로 인플레는 더욱 급격히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10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전년 동월 대비 +8.6%로, 이는 81년 12월(+8.9%)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당초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8.3%로 지난 5월 말에는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통과)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5월 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자이언트 스텝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해 이 기대감을 더욱 높였습니다.
5월 말의 신문기사 제목들만 봐도 이 기대감이 잘 드러납니다.
“악재 다 나왔고 인플레도 정점”... ‘삼천피’ 점치는 증권가 (파이낸셜 뉴스, 22.05.16)
“최악 상황 지났다”시그널... 美 ‘패닉 증시’ 진정되나 (매일경제, 22.05.29)
美물가 ‘정점 통과’ 기대... 주가·원화·채권 ‘트리플 강세’ (연합뉴스, 22.05.30)
(불과 한 달 전인데도, 지금의 현 상황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월부터 금리를 상승, 5월에는 한번에 0.5%의 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까지 밟았지만, 5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와 인플레이션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한층 더 고강도로 처방을 내릴 필요성이 더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의 배경입니다.
한미금리역전 전망
한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합니다.
2022년 한국은행의 금통위 정기회의는 총 24회 개최되며, 이중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1월, 2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및 11월 총 8회 열립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FOMC에서 정합니다.
올해 연준의 FOMC 회의는 1월, 3월, 5월, 6월, 7월, 9월, 11월, 12월에 열립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0.25%씩 네 차례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왔습니다. 미 연준은 올해 초까지 상단 0.25%의 제로 수준 저금리를 유지하다 3월에 0.25% 금리를 인상했고 5월에는 한 번에 금리를 0.5%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고, 이번 6월에 한 번에 금리를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까지 밟았습니다.
금번 미국의 금리 인상 전까지 한국의 기준금리는 1.75%,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은 1.0%로 양국 간 금리 차이는 0.75%였습니다. 이번에 미 연준이 한번에 0.75% 금리를 인상하며 양국의 금리는 1.75%로 같아졌습니다. 이제 오는 7월에는 한국은행의 금통위가 열리고, 미 연준의 FOMC도 열립니다. 한미 금리가 같아진 상황에서 7월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얼마 올릴지에 관심이 모일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스텝을 밟지 않는다면 적어도 빅스텝입니다. 그만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나아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한국은 작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데다가 지난 5월 기준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로 미국에 비해 상승이 가파르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은 국내총생산보다 가계부채가 많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더 커지고, 그만큼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도 큽니다.
한국은행이 7월에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다고 해도,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면 7월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나면...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외국계 자본유출입니다.
금리가 역전되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에의 투자매력도는 떨어지고 갖고 있던 원화자산을 달러로 바꿔 한국 시장을 떠나려 할 것입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겠죠. 한국의 채권과 주식시장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미국의 소비는 줄어들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만큼 미국 소비의 낙수효과를 받을 가능성도 적어져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한미금리역전을 우려하며 한국은행이 대체로 미국 금리 동조화 정책을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과거 한미금리역전 사례
지금까지 한미금리역전 사례는 3차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외환위기 시기의 1999년 6월부터 2001년 2월까지,
두 번째는 신용카드 사태 이후의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세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입니다.
첫번째 한미금리역전 (1999.06 ~ 2001.02)
닷컴 버블로 미국의 시장이 과열되었던 1999년 5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미국은 금리를 4.75%에서 6.50%까지 인상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에 콜금리(당시의 기준금리)를 5.0%로 인상했지만 외환위기 직후 금리를 급격히 올리기 부담스러웠고 이에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첫 번째 한미금리역전이 발생하게 됩니다.
두번째 한미금리역전 (2005.08 ~ 2007.08)
두 번째 한미금리역전 사례는 참여정부 시절입니다. 당시 닷컴 버블이 붕괴되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 연준은 금리를 1%까지 인하했으나 이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과열되었습니다. 이에 미국은 2004년부터 2년 동안 17차례 금리를 0.25%씩 인상했고, 두 번째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났습니다.
세번째 한미금리역전 (2018.03 ~ 2020.02)
세 번째 한미금리역전 사례는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18년입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고, 2009년부터 2015년 후반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이후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당시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이었고, 금리 인상 시 유동성이 줄어들며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어 물가는 더 낮아지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미국과 같은 폭의 금리 인상이 어려웠습니다. 이에 세 번째 한미금리역전이 발생했습니다.
위 세 차례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 경제는 어땠을까요. 현재 금리역전에 대해 우려하는 것처럼 급격한 외국 자본유출이 일어났을까요?
역대 한미금리역전 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거나 증시가 무너지는 충격이 모두 일어났던 것은 아닙니다.
한미금리역전 당시 코스피 추이를 보겠습니다.
1차 금리역전당시에는 코스피지수가 753에서 578로 –23% 하락,
2차 금리역전당시에는 코스피지수가 1115에서 1873으로 +68% 상승,
3차 금리역전당시에는 코스피지수가 2427에서 1987로 –18% 하락했습니다.
2차 한미금리역전 시기에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5%,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위처럼 코스피 지수가 우상향 했습니다.
3차 한미금리역전 시기에는 금리가 역전된 초반 6월 동안에는 증권과 주식을 포함해 외국인 투자가 오히려 약 32조2384억 원(256억1040만 달러)증가했습니다.
한미금리역전이 반드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님을 볼 수 있습니다.
한미금리역전 영향 예상
정규철 KDI 경제전망 실장은 KDI보고서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의 정책대응’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최상위권이고 국가부도위험성이 낮은 등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향상되었고, 수출 자체가 호조이며 외환보유고가 이전대비 충분한 점에서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나도 다수의 우려처럼 급격한 외국 자본유출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우크라이나전쟁과 글로벌 원자재 대란 등 과거의 한미금리역전 때와는 다른 대외적 악재가 겹쳐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2018년 한미금리역전 시기에는 환율이 달러당 1100원 내외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현재의 환율은 달러당 1290원대로 이전에 비해 몹시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나면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외국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환율이 더욱 올라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을 야기할 위험이 있습니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인해 향후 한국은행도 빅스텝을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은행은 다음 금통위까지 시간을 두고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는 3~4주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나타난 시장 반응들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인상할지, 또 한미금리역전이 일어난다면 과거 세 차례와 어떻게 다르게 경기 양상이 흘러갈지 관심있게 지켜봐야할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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